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충격을 마주한다. 자궁에서 밀려 나와 세상을 마주하는 순간 겪는 온도, 빛, 소리, 냄새, 중력, 촉각, 맛은 계속해서 인간에게 충격을 안긴다. 심지어는 자신의 존재 자체가 충격이기도 하다. 몸 안쪽에서 일어나는 생리 현상, 사이에서 일어나는 삼투압 현상, 그리고 자신의 무게 자체가 몸의 관점에서는 힘으로 맞서야 하는 충격의 연속이다. 몸에게 충격적인 것은 자신뿐 아니라, 감각하는 모든 것, 즉 타인, 사회, 국가, 세계를 포함한다. 이렇게 힘들을 마주치고 수용하는 상황에서 몸은 관계를 이해하게 된다.
충격(衝擊)은 물체에 급격히 가해지는 힘을 의미한다. 또는 마음에 격동을 일으키는 강한 자극. 이것은 서로의 세찬 부딪침이다. 몸은 충격적인 세상과 관계를 맺기 위한 에너지의 교환을 리듬의 차원으로 이해하게 된다. 소리가 나는 충격이든 그렇지 않은 충격이든, ‘퍽’ 하는 세찬 부딪침으로 인해 몸의 특정 리듬이 불거지고 강화된다. 그것은 신경계의 무늬를 변화시킨다. 그 리드미컬한 무늬에 신경 다발은 연속해서 반응하며 섬광과 같은 속도로 정보를 몸에 전한다. 몸에게 퍼붓는 엄청난 에너지 플럭스(flux)는 신경세포의 플럭스이기도 하다. 충격이 없다면, 리듬이 없다면,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면, 몸은 죽은 것이다.
몸이 충격을 흡수하는 방식에도 무늬와 리듬이 있다. 우리 골격계 관절의 올록볼록한 무늬와 움직임의 리듬은 몸으로 가해지는 중력과 무게를 분산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리고 몸 안에 흐르는 것들, 예를 들어 뇌척수액과 양수의 리듬은 뇌 그리고 배 속의 아기에게 충격이 바로 전달되지 않도록 한다. 마음이 상실의 충격을 흡수하는 방식을 애도라고 부를 수 있다면, 그 회복을 위한 무늬와 리듬을 몸 안에서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그 해답을 올록볼록한 뼈의 무늬와 흐르는 체액에서 찾을 수 있지는 않을까? 그리고 충격을 흡수하는 그 과정이 더 이상 애도가 아닌 (유령과 같은) 힘을 마주치는 유희의 순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니체가 ‘인간은 식물과 유령의 잡종일 뿐이다'라고 이야기한 것에서의 핵심을 물질(식물)과 영혼(유령)에 둔다면, 그 사이를 연결하는 신경계는 몸을 둘러싼 우주의 내적 이미지와 몸속의 내적 이미지를 동시에 함께 만들어나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신경계는 궁극적으로 몸의 다른 부분들과 긴밀하게 협업함으로써 몸의 외부와 관계한다. 신경계는 바깥 세계를 나름의 방식으로 해석하거나 수용함으로써, 충격을 흡수하는 신체 내부의 이미지를 풍부하게 만들어 낸다.
내가 안무가로서 충격을 이야기하는 것은 사실 그것에서부터 자유로운 영혼을 이야기하고 싶어서이다. 충격을 경험하는 물리적인 몸이 발견하는 리듬은 때로는 영혼의 춤을 발생시킨다. 나에게 예술작업, 춤 작업은 몸이 충격을 수용하는 과정에서 발생시키는 영혼의 시를 공유하는 공간이다. 이때의 충격이라는 단어는 힘(force)과의 마주침을 의미하는데,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몸과 신경계의 반응에 엄청난 비밀이 있다고 나는 믿고 있다. 그 비밀은 인간이 겪는 생로병사의 충격 그리고 사회 또는 국가와 마주치는 힘에 의한 흔들림에서 공진할 수 있는 신경 다발의 춤을 제공한다. 신경계의 리드미컬한 무늬를 영혼이 읊고 있는 시로 볼 수 있지 않을까. 파열처럼 보이는 순간 발광—즉 빛을 발하는 그 리듬에 귀를 기울여본다면 어떨까.
*<흐르는. >에 이어, 오는 12월에는 <흐르는. 2>가 공연될 예정입니다. <흐르는.>에서는 하나의 신체가 하나의 외부 충격체를 만나며 발생하는 신경계의 춤이 탐구되었다면, <흐르는. 2>에서는 복수의 신체가 복수의 충격체를 마주하면서 발생하는 또 다른 부조화로운 리듬의 다발적 관계가 펼쳐질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Artist’s Statement:
Humans face impacts from the moment of birth. The push from the womb and the following sensations — the temperature, light, sound, smell, gravity, sense of touch, and taste — shock us. Even one’s very existence is a shock to oneself. The body must confront a series of internal shocks such as the physiological phenomena in the body, the osmotic pressures between them, and its own weight. What is shocking to the body is not only the self, but also everything it senses: others, society, the country, and the world. In the process of encountering and accepting these forces, the body understands relationships.
Impact refers to a force that is rapidly applied to an object. Or, it is a strong stimuli that causes turbulence in the mind. It is a fierce clash between things. The body interprets the exchange of energy as rhythm to establish a relationship with the shock-inducing world. No matter how loud or quiet a shock may be, the intense ‘bang’ generates and develops a specific rhythm in the body. It changes the patterns of the nervous system. Neurons respond to the rhythmic patterns and transmit information to the body at the speed of a flash of light. The tremendous energy flux poured into the body is also the flux of the neurons. The body is dead, if there is no shock, no rhythm, and no nervousness.
There are patterns and rhythms in the way the body absorbs shocks. The concave and convex patterns and rhythms of our skeletal joints play an important role in dispersing gravity and weight, applied to the body. And the rhythms of things ‘flowing’ in the body, such as the cerebrospinal and amniotic fluid, prevent shocks from being directly delivered to the brain and the baby in the womb. If the way the mind absorbs the shock of losing something/someone can be called grief, wouldn't it be possible to find patterns and rhythms of the recovery from grief within the body? How about searching for the answers in the concave and convex skeletal joints and flowing body fluids? Wouldn’t they have something to teach us about resilience in the time of grief? And, may it be possible to turn the process of mourning into the playful act in which one encounters ghostly forces?
Nietzsche once mentioned, “Human is only a disharmony and hybrid of plants and ghosts”. If we bring the two symbols from Nietzsche's dictum, the nervous system is what connects them — plants(matters) and ghosts(spirits) — to create the inner images of the universe and the body. These two images are simultaneously created together. As closely working with the rest of the body, the nervous system ultimately relates to the outside, the shock. By interpreting or accepting the outer world (images of shock), the nervous system draws an abundance of images within itself.
The reason why I bring up shock as an artistic subject is because I want to pay attention to a spirit that is free from a shock. The rhythm of the physical body, experiencing a shock, oftentimes, generates a dance of the soul. For me, dance is the space where the body shares the poetry of the soul in the process of accepting shocks. The word "shock" here means a force — an encounter with a force, and I believe there is a great secret in the body’s and the nervous system’s reaction upon this encounter. The secret offers us the dance of neurons that resonates with the shocks of life and death. It also sways with the force of the society and the nation. Can we view the rhythmic patterns of the nervous system as a poem of the soul? How about listening to the bursting flash of light — the rhythm that emits light?
*Along the line of the flowing. , the flowing 2 will be presented in the coming December. the flowing. explores the dance of the nervous system, occurring when the body meets a forceful external object. the flowing. 2 will multiply relationships by exposing multiple bodies to the multiple objects. I hope to see you there as well.
**Below is the translation of the text spoken at the end of the performance.